기후위기는 이제 전 지구적 재난을 넘어, 지역의 일상과 문화까지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중 지역축제는 그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예전에는 지역축제가 계절을 알리고 사람을 모으는 관광·경제 중심 콘텐츠였다면, 지금은 공공의 생존 전략과 회복력 실험장으로 기능해야 할 시점이다. 이 글에서는 기후위기라는 전례 없는 조건 속에서 지역축제가 왜 여전히 필요한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존재 이유와 가치를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지를 탐색한다. 이제는 지역축제도 “왜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옛날의 축제는 왜 존재했는가? – 공동체의 순환 리듬
전통적으로 지역축제는 계절 변화, 수확, 풍요, 전통 의례 등 공동체의 시간과 감정을 함께 나누는 장이었다. 봄이면 새싹을, 가을이면 결실을 축제로 기념했고, 지리적 특성과 역사적 기억을 축제 안에 담아냈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많은 지역축제가 관광객 유치를 통한 경제효과 중심으로 기획되면서 점차 ‘왜 하는가’보다 ‘얼마나 모았는가’에 집착하게 되었다.
이런 구조는 기후위기로 인해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불확실한 계절, 반복되는 기상 리스크, 환경을 소비하는 방식의 축제 운영은 기존 방식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사람을 끌어모으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의 지속가능성과 공동체 회복력을 되묻는 문화 실천으로써의 축제가 요구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축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기후위기 시대에 축제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버티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지역 문화를 설계하는 것이다. 먼저, 지역축제는 기후위기의 현실을 시민과 함께 체감하고 공유하는 공공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후 대응 워크숍’, ‘제로웨이스트 체험관’, ‘기상 이변 시나리오 전시’ 같은 콘텐츠는 축제를 학습의 장이자 행동의 무대로 전환시킬 수 있다.
둘째로, 축제는 지역 생태계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연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폭염 속 쿨링존 설치, 재난 취약계층 대상 프로그램, 대중교통 연계 캠페인 등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지역사회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실천이다. 결국 기후위기 속 축제는 지속가능성·공공성·교육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존재 이유를 구성해야 한다.
축제는 공동체 회복력의 실험장이 될 수 있다
기후위기는 모든 것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지역은 살아야 하고, 공동체는 연결되어야 한다. 축제는 그 연결을 확인하고 실험하는 장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확인하고 함께 반응하는 구조를 설계한 축제는 공동체의 회복력(Resilience)을 키우는 데 결정적이다.
예를 들어, 전북 정읍의 한 농산물축제는 태풍으로 행사 일정을 전면 조정했지만, 대신 온라인 생중계와 마을 단위 실내 체험 프로그램을 즉시 운영해 시민 만족도를 유지하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했다. 이처럼 회복력 높은 축제는 단순히 ‘계속 여는 축제’가 아니라, 위기 속에서도 기능과 가치를 잃지 않는 축제다. 앞으로의 지역축제는 회복력 중심의 설계, 공동체 중심의 운영이라는 철학을 내면화해야 한다.
지역축제의 존재 이유는 '함께 살아남는 법'을 연습하는 데 있다
결국 기후위기 시대에 축제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우리가 어떻게 이 위기를 함께 살아갈지를 연습하기 위해서다. 축제는 단지 웃고 즐기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공동체가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을 것인가를 실험하는 집합적 공간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축제는 규모나 화려함보다, 진정성과 의미, 그리고 실천력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가 관광이 아니라 참여, 관람이 아니라 행동, 소비가 아니라 연대가 될 때, 지역축제는 비로소 기후위기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축제의 새로운 존재 이유는 공존과 회복을 위한 ‘지역형 공공실천이라는 데 있다.
기후위기 시대, 지역축제의 새로운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기후위기는 단지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문화, 경제, 공동체 구조까지 뒤흔드는 총체적인 위기다. 이런 시대에 지역축제가 존재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축제는 단순한 관광 상품이나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이 위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고자 하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회적 장치가 되어야 한다.
먼저, 지역축제는 공동체의 감정과 기억, 환경적 현실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 기후위기로 인해 사라지는 전통 작물, 변형되는 계절, 위태로워진 자연 자원을 소재로 한 축제는 과거의 삶과 현재의 위기를 동시에 반영하며, 공동체 내부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가뭄으로 축소된 논농사 축제를 ‘물의 소중함’이라는 테마로 바꾸어 주민 교육과 물순환 체험을 연계한 사례는 기후위기를 단지 두려움이 아니라 학습과 변화의 계기로 만든다.
둘째, 지역축제는 ‘기후 적응 도시’로의 전환 과정에서 지역이 단독으로 가질 수 없는 자원과 연대를 끌어오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기후 행동 축제’는 중앙정부, NGO, 학교, 기업 등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축제를 중심으로 지역은 새로운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확보하게 된다. 축제가 단지 소비 중심의 경제 활성화가 아니라, 기후대응 역량 확보를 위한 전략적 허브로 기능하게 되는 셈이다.
셋째, 지역축제는 기후시대의 새로운 문화 형식을 실험하고 정착시키는 실험장이다. 더 이상 축제는 화려하고 시끄러운 무대가 중심이 아니다. 오히려 조용한 산책, 밤하늘 별보기, 식물 관찰, 물 절약 캠프 같은 '느림의 프로그램'이 중심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볼거리 중심의 이벤트 축제’에서 ‘가치 중심의 체험형 축제’로의 전환이며, 기후위기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문화 양식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축제가 앞으로 지역의 회복력을 키우는 공공 인프라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단지 즐기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재난에 대비하고, 지역문제를 공유하며,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에 대해 함께 배우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축제는 결국 지역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다시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거울이다. 그리고 그 거울이 기후위기의 반영을 담고 있다면, 축제는 더 이상 사치가 아니라 생존의 전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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