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축제의 평가는 대부분 참가자 수, 경제적 파급 효과, 미디어 노출량 같은 정량적 수치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본격화된 지금, 이런 평가 방식은 현실과 맞지 않는 낡은 틀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축제가 기후위기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지속가능한 운영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기후위기 시대에 요구되는 축제 평가 항목의 변화, 그리고 앞으로 지자체와 정책 평가자들이 무엇을 새롭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한다.
기존의 평가 방식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존 축제 평가지표는 대부분 관람객 수, 관광객 유입 증가율, 지역경제 효과(매출, 고용 창출), 언론 보도 횟수에 기반해왔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축제가 처한 현실—특히 기후로 인한 돌발 변수와 운영 위기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한 지역축제가 폭우로 절반 이상 일정이 중단되었지만, 당초 기대했던 관람객 수를 넘지 못했다는 이유로 ‘낮은 평가’를 받은 사례도 있다. 이는 축제 기획자들이 날씨를 조절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만 전가받는 구조다.
기후위기 속에서 운영되는 축제는 단순히 성과 수치를 만들어내는 행사가 아니라, 변수 속에서 공동체를 연결하고 지역을 회복하는 전략적 문화 플랫폼이다. 이런 의미를 반영하지 못한 평가 시스템은 축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지속 가능한 기획과 실험적 운영을 오히려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낳는다. 이제는 무엇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실행했는가뿐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유연하게 대처했는가도 평가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새롭게 포함되어야 할 평가 항목들
새로운 축제 평가지표에는 기후 리스크 대응력이 포함되어야 한다. 첫째, 기상 재해에 대한 사전 대응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었는지를 점검하는 ‘기후 대응 계획 유무’ 항목이 필수적이다. 둘째, 행사 일정 변경 또는 프로그램 조정 시 참가자에게 정확하고 빠르게 안내가 이루어졌는지를 평가하는 ‘정보 전달 신속성’ 항목이 필요하다.
셋째, 축제 구성 요소에서 친환경 운영 요소의 적용 여부도 주요 평가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없는 축제 시도, 다회용기 사용률, 대중교통 유도율, 탄소배출량 감축 전략 등이 지표화될 수 있다. 넷째, 축제가 지역사회에 남긴 비물질적 가치—예를 들어 기후 감수성 제고, 시민 교육 효과, 자원봉사자 만족도 등도 정성적 지표로 포함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숫자가 아닌, 의미와 지속가능성 중심의 평가로 전환되었음을 뜻한다.
정책과 행정 구조도 평가의 패러다임 전환을 따라가야 한다
현재 지자체의 많은 축제 지원 사업은 중앙정부의 공모나 시·도 평가체계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아직도 ‘관람객 수 + 경제 효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현실적으로 기후 대응을 위한 안전 설비 구축, 대체 콘텐츠 개발, 유연한 일정 운영 등을 예산에 반영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런 노력은 ‘관람객 수 증가’로 바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은 이러한 모순을 인식하고, ‘축제의 사회적 회복력’, ‘위기 속 리더십’, ‘지속가능한 문화 실험’ 같은 비정량적 가치를 정당하게 반영하는 평가틀을 만들어야 한다. 예산 배분 기준도 단순 성과 중심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 구조 전환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후위기 대응 성과가 높은 축제에는 다음 해 더 많은 자율 운영 권한을 주는 방식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새로운 평가 시스템은 지속가능한 축제 문화를 위한 투자다
축제를 평가한다는 것은 단지 점수를 매긴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지역의 문화 전략을 어떻게 설계하고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판단 기준이기도 하다. 기후위기 시대의 축제는 예측 불가능성과 불확실성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회복 가능성과 창의적 해법을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평가 항목이 변화해야 기획도 변화하고, 정책도 진화할 수 있다.
이제는 숫자보다 과정, 규모보다 지속가능성, 결과보다 회복력에 더 많은 비중을 둔 포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기후위기 시대에 진짜 축제를 만들어내는 동력이다. 앞으로의 지역축제는, 그 평가 방식부터 바뀌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축제 평가 항목,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기존의 축제 평가는 관람객 수, 경제 효과, 언론 보도량 등 외형적 수치에 집중돼 있었지만, 기후위기 시대에는 축제의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성’이 중심 평가 항목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후 대응 항목’은 단지 보조적인 가산점이 아닌 핵심 평가 요소로 상향 조정되어야 하며, 세부 지표는 보다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축제 탄소 배출량 측정 및 절감 노력’, ‘폐기물 회수율 및 재활용 비율’, ‘지역 주민의 기후 참여율’,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안전 설계 반영 여부’ 등이 주요 항목으로 포함돼야 한다. 특히 환경을 고려한 콘텐츠 구성과 운영방식이 기획서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설계되었는지를 평가의 핵심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성적 항목도 중요하다. 축제가 지역사회에 미친 기후 감수성 영향, 시민의 기후 행동 변화 유도 효과, 기후 메시지를 담은 프로그램의 문화적 파급력 등은 단순 수치로 환산하긴 어렵지만, 기후위기 대응형 축제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요소다. 이를 위해 전문가 평가단, 시민평가단, ESG 평가단 등 복수 평가 채널을 도입해 균형 잡힌 평가 체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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