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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한 지역축제의 변화

기후위기 대응 중심의 축제, 정책 지원은 어디까지 와 있는가?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지금, 축제는 단순한 지역 문화행사를 넘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공공의 장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후 대응 요소를 포함한 축제에 대해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글에서는 현재 한국에서 기후위기 대응형 축제에 대해 어떤 정책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제도적 변화와 보완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기후위기 대응 중심의 축제, 정책 지원

 기후 대응형 축제는 늘고 있지만, 정책은 여전히 느리다

최근 몇 년 사이, 기후위기 대응을 테마로 한 축제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제로웨이스트 문화제’, 제주도의 ‘녹색생활축제’, 강원도의 ‘기후예술제’처럼 친환경, 탄소중립, 생태보존을 테마로 내건 축제들이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지자체 또는 시민단체 주도의 자발적 시도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앙정부 차원의 직접적인 정책 지원은 매우 제한적이다.

2023년 기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축제 지원 공모에는 ‘기후 대응’이나 ‘지속가능성’이 평가 기준으로 명시되긴 했지만, 실제 배점은 5점 미만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대부분의 보조금 심사 기준은 여전히 참가자 수, 경제적 파급력, 지역 홍보 효과에 초점을 두고 있어, 친환경적 운영이나 탄소 절감 노력에 대한 가시적인 인센티브는 부족한 상황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반영한 제도 변화는 어떤 게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변화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3년부터 ‘기후위기 대응형 지역행사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며, 축제 기획 시 기후 리스크 분석, 대체 콘텐츠 계획, 기상 연계 일정 구조 등을 권고하고 있다. 서울시, 경기도, 충청남도 등 일부 지자체는 자체 공모 사업에서 탄소중립 실천 항목, 친환경 운영 계획서를 필수 제출 조건으로 설정하고 있다.

예산 지원 방식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강원도는 2024년부터 ‘친환경 축제 인증제’를 시범 도입해, 폐기물 감축, 에너지 절감, 교통 대중화 등의 기준을 충족한 축제에 대해 보조금 10% 추가 지원 제도를 운영 중이다. 경상북도는 ‘지속가능 축제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기후 리스크 관리와 회복력 확보 계획을 사전 심사 요소로 반영하고 있다. 이런 제도적 변화는 아직 전국적 흐름은 아니지만, 기후 대응형 축제를 제도화하는 첫 걸음으로 평가된다.

정책이 보완되어야 할 점은 무엇인가?

현재의 정책 변화는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한계가 뚜렷하다. 첫째, 기후위기 대응형 축제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범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친환경 축제, 탄소중립 행사, 생태문화제 등의 용어가 혼용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심사 기준과 지원 대상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둘째, 평가 기준이 여전히 정량 중심의 ‘성과지표’에 치우쳐 있다. 기후 대응형 축제는 관람객 수보다는 실천 유도, 시민 교육, 지역 공동체 활성화 같은 비정량적 성과가 더 중요할 수 있는데,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정성적 평가 항목이 부족하다. 셋째,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인력에 대한 기후 교육 및 전문 컨설팅 지원도 전무하다. 기후위기 대응은 단순히 포스터에 ‘탄소중립’이라 쓰는 수준이 아니라, 운영의 모든 과정에서 전략과 철학이 적용되어야 하는 복합적 작업이다.

앞으로 필요한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기후위기 시대에 축제를 지원하는 정책은 단순한 예산 배정이 아니라, 지역의 기후감수성을 높이고 회복력을 설계하는 문화적 투자로 인식되어야 한다. 첫째, 중앙정부는 ‘기후위기 대응형 축제’를 독립적인 정책 카테고리로 설정하고, 별도 보조금 항목과 공모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는 지자체가 ‘기후 중심 기획’을 적극 시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된다.

둘째, 지자체는 축제 보조금 심사 기준을 개편해, 기후대응 계획, 탄력적 운영 구조, 회복력 시스템 등을 필수 항목으로 반영하고 점수 비중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셋째, 운영 인력에게 기후 관련 전문 교육을 제공하거나, 지역 기후 컨설턴트와의 협업 체계를 마련해 축제의 질적 전환을 도와야 한다. 넷째, 축제 후에는 기후 영향 평가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그 데이터를 축적함으로써 한국형 기후 친화적 축제 모델을 발전시켜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 중심의 축제, 정책 지원은 어디까지 와 있는가?

기후위기 대응형 축제를 추진하기 위한 정책은 점차 확장되고 있지만, 현장에 적용 가능한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불균형 상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환경부 일부 시범사업 외에는 기후 대응형 축제에 대한 전담 예산 항목이나 평가 기준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으며, 대부분은 지자체의 재량과 기획자 의지에 맡겨진 구조다.

특히 축제를 기획하면서 기후변화 리스크 대응 항목에 예산을 별도로 배정하거나, 그 예산을 정책적으로 보전받을 수 있는 구조는 거의 없다. 일부 지자체에서 기후 회복력 구축이나 친환경 콘텐츠 도입에 대해 추가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보조금을 증액하는 시도가 있지만, 이 역시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 없이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는 ‘기후대응 축제 인증제’처럼, 공공에서 인정하는 공식적인 등급체계와 지원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축제의 기획안에 기후 리스크 분석, 대체 콘텐츠 계획, 친환경 운영체계 도입 여부 등을 조건화하고, 이 기준을 만족할 경우 우선 지원 또는 자율 예산 항목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제도화할 수 있다. 정책이 효과를 가지려면 예산, 평가, 인증이 연결된 통합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