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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한 지역축제의 변화

기후위기 대응 콘텐츠를 축제에 녹이는 기획 전략은?

이제는 “알려주는 축제”에서 “함께 바꾸는 축제”로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그만큼 익숙해진 만큼, 경고 메시지는 더 이상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지구가 뜨겁다”, “탄소를 줄이자” 같은 말은 우리가 너무 자주 들었고, 너무 많은 콘텐츠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축제가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려면 단지 ‘알려주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사람들이 직접 행동하고, 느끼고,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체험형 기획이 필요하다.

지역축제는 그 지역의 자연, 사람, 문화가 응축된 현장이며, 짧은 시간 동안 수천 명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밀도 높은 플랫폼이다. 그렇기에 지역축제는 기후위기를 효과적으로 ‘의미 있게 체감’할 수 있는 최고의 공공문화 장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콘텐츠 속에서 그 의미를 ‘살아보는 방식’으로 기획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단순한 기후 홍보 캠페인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 메시지를 축제의 콘텐츠로 녹이는 실질적인 기획 전략을 세 가지 축으로 정리해 본다. 바로 (1) 메시지 설계 전략, (2) 참여형 콘텐츠화, (3) 지속가능한 커뮤니케이션 구조 설계다.

 

기후위기 대응 콘텐츠

 

메시지 설계 전략: 위기를 드러내는 대신, 일상과 연결하라

많은 축제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해 극단적인 통계나 이미지(빙하 붕괴, 해수면 상승 등)를 전시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일시적인 주목도는 끌 수 있지만, 참가자의 행동 전환이나 실제 공감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다. 오히려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자신과는 거리가 먼 거대한 재난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요즘 축제기획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바로 ‘기후 메시지의 생활화’다. 즉, 지역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연결된 방식으로 기후 메시지를 접할 수 있게 기획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충북의 한 로컬푸드 축제는 “우리 마을 토마토가 작아진 이유는 뭘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지역 농작물에 일어난 실제 변화를 소재로 한 소형 전시관과 식물 체험 콘텐츠를 운영했다. 이는 기후위기를 전시가 아닌 자기 경험과 감정에서 출발하게 만든 사례다.

또 다른 사례로는 ‘기후 불안’을 주제로 삼은 청소년 연극제도 있다. 여기서는 “내 방의 온도는 왜 이렇게 자주 변할까?”, “우유값이 오르는 이유는 뭘까?” 같은 생활 밀착형 소재를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이처럼 지역에서 일어난 기후현상, 실제 느끼는 물가 변화, 농업 피해, 생활환경 변화 등을 콘텐츠화하면 참여자는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다.

즉, 기후위기 메시지를 녹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불안과 경각심’보다 ‘일상 속 의미 있는 연결’이다. 그래야만 축제가 끝난 후에도 참가자의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서적 여운을 남길 수 있다.

참여형 콘텐츠화: 기후 행동을 ‘해보는’ 공간으로

기후위기 대응 메시지를 단지 배너나 영상으로 소개하는 것은 정보 전달 그 자체에 머물기 쉽다. 하지만 축제는 정보가 아니라 경험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메시지를 담고 싶다면 참여형 콘텐츠로 기획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기후 챌린지 부스’다. 예를 들어, 쓰레기 3개를 분리수거하면 다회용 컵을 받을 수 있다거나, 축제 내에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으면 모바일 리워드를 지급받는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런 콘텐츠는 참가자가 단순히 관람객이 아닌 ‘행동자’로 전환되도록 만든다.

또한, ‘탄소중립 미션맵’이라는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축제장 곳곳에 기후 관련 실천 활동(걷기, 다회용기 사용, 지역 먹거리 소비 등)을 배치하고, 참가자가 이 중 일부를 수행하면 ‘기후 지킴이 인증 뱃지’를 받는 방식이다. 이 콘텐츠는 특히 아이 동반 가족층에게 인기가 높으며, 놀이와 교육이 결합된 효과를 준다.

더불어 ‘로컬 그린워크’나 ‘기후 산책’처럼 자연을 직접 느끼며 기후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이동형 콘텐츠도 효과적이다. 단순히 걷기만 해도 참가자는 자연 속의 변화와 인간의 삶을 연결해 인식하게 되고, 기획자가 제시한 큐카드나 오디오 콘텐츠를 통해 기후 지식을 흡수하게 된다.

즉, 축제 콘텐츠는 메시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보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사람은 머리보다 손과 발로 기억한다. 축제는 그 사실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문화 장치다.

커뮤니케이션 전략: 축제 외부에서도 기후 메시지를 살아 있게 하라

많은 축제는 현장에서만 기후 메시지를 전달하고 끝낸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은 축제가 끝난 뒤에도 지속되어야 의미가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축제 이후에도 살아남는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만드는 전략이다.

첫 번째는 SNS나 커뮤니티 플랫폼을 활용한 참가자 후속 실천 캠페인 운영이다. 예를 들어, 축제에서 받은 ‘탄소 미션 카드’를 축제 종료 후 일주일 동안 실천하면 굿즈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거나, 참가자에게 기후 뉴스레터를 구독시키는 구조를 연동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축제가 끝나도 사람들의 실천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지역 미디어 또는 학교와 연계한 ‘기후 리포터’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지역 청소년이 축제에서 본 기후 콘텐츠에 대해 글을 쓰고, 이를 지역 신문에 싣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하게 하면, 기후 메시지가 콘텐츠로 확장되고 지역사회와 연결된다. 이는 단순한 참여를 넘어 지속 가능한 기후 커뮤니케이션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세 번째는 축제 운영자 입장에서 기후 성과를 기록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탄소 감축량, 친환경 운영 비율, 다회용기 회수율 등을 인포그래픽이나 축제 백서로 정리해 지역에 공개하면, 지역민은 이 축제를 신뢰하고 다음 참여를 기대하게 된다. 즉, 기후 콘텐츠는 신뢰 기반의 축제 커뮤니케이션의 중심 자산이 될 수 있다.

기후위기 축제는 정보 전달이 아닌 ‘문화 설계’다

기후위기 대응 콘텐츠를 축제에 녹인다는 건 단순한 ‘환경 캠페인’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의 일상과 감정을 연결해 기후를 느끼게 하고, 행동을 경험하게 하며, 축제가 끝난 후에도 그 메시지가 살아남게 하는 설계의 예술이다.

앞으로 지역축제는 “볼거리 중심”에서 “살아보는 축제”로, “계절의 반복”에서 “기후를 연습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축제는 지역의 자연과 사람과 삶이 집약된 곳이기에, 기후 콘텐츠가 가장 강력하게 작동할 수 있는 문화적 터전이기도 하다.

이제 축제는 기후위기 앞에서 물러서지 말고, 오히려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사람의 손, 발, 감정이 움직이는 곳에서 기후 메시지는 가장 깊게 남는다. 그 역할을 지역축제가 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