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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한 지역축제의 변화

무더위 쉼터와 쿨링존, 축제 현장에서 실효성은 얼마나 될까?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면서 여름철 야외 축제는 점점 더 위험한 환경 속에서 열리고 있다. 특히 체감온도 35도를 넘나드는 날씨가 반복되면서, 폭염에 대응하는 축제 현장의 구조와 시스템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지자체와 축제 주최 측은 ‘쿨링존’과 ‘무더위 쉼터’를 필수 운영 요소로 도입하고 있지만, 과연 그 실효성은 어느 정도일까? 이 글에서는 축제 현장에서 실제 운영되고 있는 쿨링존 사례를 분석하고, 참가자 입장에서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한계와 개선점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무더위 쉼터와 쿨링존

 

쿨링존과 무더위 쉼터, 폭염 시대 축제의 ‘기본 장비’가 되다

2020년대 들어 폭염이 반복되자, 많은 지자체는 축제 현장에 쿨링존(Cooling Zone)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쿨링존이란 간단히 말해, 고온 환경에서도 체온을 낮추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대형 텐트와 냉풍기, 안개분사기, 얼음물 제공장치 등이 설치된 장소를 말한다. 특히 2023년 서울시가 주최한 ‘한강몽땅 여름축제’에서는 주요 행사장 3곳에 냉방텐트와 미스트 샤워기, 얼음 아이스팩 지급소를 함께 설치해 화제가 되었다.

부산 해운대구는 여름 해변축제에 무더위 쉼터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고령자와 아동 등 취약계층 중심의 대응 매뉴얼을 운영했다. 이런 공간은 단지 휴식 공간이 아니라, 온열질환을 예방하고 응급 대응이 가능한 ‘축제 생명선’ 역할을 한다. 특히 최근에는 모바일 앱을 통해 쿨링존 위치 안내 및 혼잡도 표시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접근성과 이용률을 높이고 있다. 요즘 축제에서 쿨링존이 없는 행사는 사실상 안전 기준 미달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실제 이용자 반응은? – 만족도와 한계가 공존하는 현장

많은 참가자들은 쿨링존의 존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열린 ‘서울문화의밤’ 축제에 참가한 30대 시민은 “행사장 내에서 햇빛을 피할 곳이 전혀 없었는데, 쿨링존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며 쉬니 살 것 같았다”고 말했다. 특히 아동을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들은 그늘막과 의자, 냉수 제공 등이 있는 쉼터를 ‘필수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축제에서 쿨링존이 충분히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첫째, 설치 위치가 주요 동선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 접근성이 떨어져 이용률이 낮아진다. 둘째, 공간이 협소해 혼잡 시간대에는 줄을 서야 하거나 대기열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셋째, 일부 지자체는 단순한 그늘막만 설치한 채 ‘쿨링존’으로 홍보하기도 해 기대 대비 실망을 유발하기도 한다. 실제로 2023년 수원시의 한 여름축제에서는 쿨링존 내 냉풍기 1대를 수십 명이 번갈아 사용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운영 시스템의 고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쿨링존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운영 시스템의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첫 번째는 분산형 설치와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운영이다. 단일 장소에만 집중하지 않고, 주요 이동 동선과 체험 구역 주변에 여러 개의 소규모 쿨링존을 배치하면 이용자 분산과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부산시는 이를 반영해 2023년 ‘영도 바다축제’에서 총 12개소의 소형 쿨링쉘터를 분산 설치했으며, 이용률이 전년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두 번째는 스마트 운영 도입이다. 일부 지자체는 IoT 기반 온도·습도 센서와 연동해 자동으로 냉풍기와 미스트가 작동하는 스마트 쿨링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또한 참가자들의 휴대폰 위치를 활용한 혼잡도 분석 후 쉼터 유도 시스템도 일부 축제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장치는 단순히 편의성을 넘어서, 폭염 속에서 실질적인 생명 보호 시스템으로 작동할 수 있다.

쿨링존을 넘어서, 폭염 시대의 축제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

쿨링존은 분명 축제 현장에서 매우 중요한 시설이지만, 기후위기 시대 축제의 본질적 변화를 대체할 수는 없다. 결국 핵심은 ‘무더위에 대응하는 공간을 만든다’가 아니라, ‘무더위를 전제로 축제를 다시 설계한다’는 관점으로 나아가야 한다. 프로그램 운영 시간을 야간 중심으로 옮기거나, 폭염이 덜한 계절로 시기를 조정하는 방식 등 축제 기획 전반의 기후적응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시민들에게 쿨링존을 단순한 피서처가 아닌 기후위기의 현실을 체험하는 교육의 장으로 인식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쿨링존 안에 기후변화 미디어 아트나 체험형 교육 콘텐츠를 결합한다면, 이 공간은 ‘불편함을 피하는 곳’을 넘어, ‘기후 감수성을 높이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 결국 축제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사회가 변화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공공의 거울이며, 쿨링존은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아야 할 중요한 공간이다.

‘있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 실효성은 구조와 운영 방식에 달려 있다

무더위 쉼터와 쿨링존이 대부분의 여름 축제 현장에 설치되고 있지만, 실제로 시민들이 이를 체감하고 활용하는 정도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단순히 천막 하나 치고 선풍기 몇 대를 놓는 방식은 형식적인 대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서울 외곽의 한 여름 음악축제에서는 축제 방문객 1만 명 이상에 비해 쉼터 좌석이 30석 남짓, 냉방기기도 노후한 것으로 확인되어, 폭염경보에도 실질적인 보호 기능을 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무더위 쉼터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접근성, 밀도, 냉방 성능, 운영 시간 등 구체적 요소들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특히 어르신이나 어린이처럼 기후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공간이라면, 축제장 내부 이동 동선과 연결되어야 하며, 의무적으로 안내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지자체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열지도(Heat Map) 기반으로 쿨링존 위치를 재설계하거나, 이동형 그늘막과 냉풍 버스쉘터를 함께 운영하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쿨링존과 쉼터가 **단순한 회피 공간이 아닌, 체험 콘텐츠와 결합된 ‘기후 대응 교육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기획된 사례도 있다. 전주시의 여름축제에서는 쿨링존 내부에 기후 변화 대응 영상 상영, 탄소발자국 계산 체험, 시민 참여 기후 설문존을 함께 운영해, 휴식과 정보 제공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구조를 설계했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히 ‘덜 더운 곳’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폭염이라는 기후현상과 시민을 연결하는 교육적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결국 무더위 쉼터와 쿨링존의 실효성은 그 존재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기획되고 실행되는지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후재난 대응 시스템과 축제 행정이 연계되어야 하며, 사전 기획 단계에서 기상 예보, 인구 밀집 예측, 시민 이동 패턴 등을 분석해 쉼터의 규모와 위치를 조정하는 데이터 기반 행정 방식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단순히 응급 조치가 아닌, 축제장 전체를 탄력적으로 설계하고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복합적 기획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