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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한 지역축제의 변화

축제 조명과 탄소배출, 야간행사의 지속가능성은 가능한가

야경을 밝히는 수천 개의 전구와 화려한 조명은 오늘날 축제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특히 여름과 겨울 야간축제에서는 조명이 주연이자 상징이 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연출 뒤에는 막대한 전력 소모와 이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이라는 어두운 이면이 존재한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시대에, 축제는 즐거움의 공간이면서도 탄소 발생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외면할 수 없다. 이 글에서는 축제 조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야간행사가 지속가능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탄소배출

 

축제 조명이 남기는 흔적 – 눈부신 만큼 무거운 탄소의 그림자

야간축제를 구성하는 수많은 조명은 아름다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에너지 소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23년 서울에서 개최된 겨울 조명축제 한 곳에서만 14일간 사용된 전력량이 약 45,000kWh에 달했다. 이는 4인 가족 약 40가구가 한 달간 사용하는 전기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약 20톤 이상으로 추산되며, 단 한 개의 축제가 연간 개인 탄소허용량의 수십 배를 초과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야간행사 중심인 크리스마스 빛 축제, 여름 물빛 음악축제, LED 가든형 전시회 등은 거의 전적으로 조명 연출에 의존한다. 이 경우 무분별한 전력 소비와 긴 점등 시간이 불가피하며,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축제 운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관람객에게 ‘축제다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조명을 줄이긴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도 동시에 존재한다.

친환경 조명으로의 전환 – 기술은 있지만 예산이 문제다

조명으로 인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언급되는 해결책은 고효율 LED 조명과 태양광 연계 시스템의 도입이다. 실제로 제주도는 2023년 ‘제주별빛축제’에서 주요 전구를 전량 LED로 교체했으며, 일부 구간은 낮 동안 충전한 태양광 에너지를 밤에 조명으로 전환하는 시스템을 시범 운영했다. 이 방식은 기존 조명 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60% 이상 절감하면서도, 관람객 만족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기술을 도입하는 데에는 예산과 인력, 장비에 대한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축제 준비 기간이 3개월 미만으로 짧고, 기존 인프라를 대체하는 데 드는 초기 비용이 높아 도입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LED 조명이라고 하더라도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결국 총 전력량이 커지는 건 마찬가지이므로, 기술적 전환만으로는 탄소감축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명 연출 자체의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

단순히 조명의 종류를 바꾸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이제는 조명 연출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방식은 ‘많을수록 좋다’, ‘크고 밝을수록 효과적이다’는 관념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새로운 접근은 적은 자원으로 최대의 몰입감을 주는 설계를 요구한다. 이를테면, 빛과 그림자, 자연 지형을 활용한 간접 조명, 혹은 시민이 직접 조명을 조작하거나 점등하는 인터랙티브 방식은 관객 참여를 높이면서도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광주의 ‘빛고을 나눔축제’는 2023년부터 메인 조명 구간을 1시간마다 10분간 자동 소등하는 리듬 연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방식은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동시에 “빛이 꺼지는 순간의 정적도 축제의 일부”라는 새로운 감성 경험을 창출한다. 조명은 단순한 시각 효과가 아니라, 철학과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매체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축제는 빛나야 한다. 그러나 지구도 그래야 한다

야간행사의 조명은 축제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조명이 만들어내는 환경적 대가를 인식하지 않은 채 소비되는 순간, 축제는 지속 가능성을 잃는다. 우리는 이제 “빛나는 축제”에서 “지속가능하게 빛나는 축제”로의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지자체와 주최 측은 조명의 에너지 소비뿐만 아니라, 조명 연출의 목적과 방식까지도 환경 중심으로 재설계할 책임이 있다.

관객 역시 단지 아름다움을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아름다움이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 기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정책적 의지, 운영 철학, 시민의 선택이다. 앞으로의 야간축제는 단순히 “밤을 밝히는 축제”가 아니라, 미래를 밝히는 선택이 되어야 한다.

축제 조명과 탄소배출, 야간행사의 지속가능성은 가능한가

야간축제는 아름답고 인상적인 경험을 주지만, 동시에 막대한 전력 소비와 조명 장비 운송, 설치에 따른 탄소배출이라는 그림자도 함께 지닌다. 특히 드론쇼, 대형 미디어 파사드, LED 터널 등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시각 중심 콘텐츠는 그 자체가 에너지 집약형 구조를 가진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 논의의 중심에 서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모든 야간행사를 줄이거나 포기하는 방식이 능사는 아니다. 최근 일부 지자체는 기존의 고출력 조명을 줄이고, 태양광 충전식 LED 조명, 자동 디밍 시스템, 전력 소비량 실시간 측정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저탄소 야간연출 모델’을 실험 중이다. 예를 들어, 충남 서천군의 한 생태문화축제는 2023년부터 야간 콘텐츠의 70%를 태양광 전력으로 운영하고, 남는 에너지를 지역 공공기관에 재공급하는 구조로 진화했다.

또한 조명을 단순히 ‘보여주는 장치’에서 ‘기후 메시지를 담는 콘텐츠’로 전환하려는 시도도 있다. 서울의 한 축제에서는 “탄소를 줄이는 조명예술”을 주제로, 기후위기와 에너지 문제를 시각화한 인터랙티브 라이트 아트를 선보였으며, 방문자 참여형 조명 체험존은 에너지 절약의 체감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이는 야간조명이 단순히 탄소를 배출하는 소비재가 아니라, 기후 행동을 유도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앞으로의 야간축제는 단지 ‘빛나는 밤’이 아니라, ‘빛을 얼마나 적절하게, 의미 있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화적 고민이 반영된 지속가능한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 탄소를 줄이기 위해 축제의 밤을 끄는 것이 아니라, ‘빛의 내용’을 바꾸는 선택이 지역의 기후문화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