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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한 지역축제의 변화

지역농산물 축제, 이상기후로 수급 불안…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지역 축제 중 상당수는 특정 농산물을 중심으로 기획된다. 포도, 고구마, 딸기, 감자, 사과, 한우, 오미자 등 각 지역의 대표 작물과 특산물이 지역 브랜드의 중심이 되면서, 이를 활용한 축제들이 오랫동안 지역경제 활성화의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온, 가뭄, 집중호우, 병해충 증가 등으로 인해 지역농산물의 수확량이 불안정해지고, 축제 시점에 맞춘 공급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상기후로 인해 수급이 불안정해진 지역농산물 축제의 현황을 짚고, 지자체와 기획자들이 어떤 전략으로 이 문제를 극복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지역 농산물 축제, 이상 기후로 수급 불안

 

이상기후로 흔들리는 축제의 ‘핵심 상품’

농산물 축제는 그 특성상 수확 시기, 품질, 물량 확보가 축제의 성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일상화되면서, 수확일 예측이 어려워지고 병충해나 작황 부진으로 상품성 있는 농산물 확보조차 어려운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2022년 경북 문경시의 ‘오미자축제’는 여름 폭우와 습한 날씨로 오미자 수확량이 예년 대비 40% 이상 줄어들면서, 축제 주 행사를 축소 운영해야 했다. 일부 판매 부스에서는 ‘생과 판매 중단’ 안내가 붙기도 했다.

또한 전남 해남의 ‘고구마축제’ 역시 겨울철 평균기온 상승으로 인해 저장 중 고구마가 부패하는 비율이 높아졌고, 계획했던 체험 행사와 판매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지역축제는 대부분 지역 농민의 참여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작황 부진은 곧 지역사회 전체의 손실로 연결된다. 지역주민은 축제를 기대하는 동시에, 수확량 감소에 따른 경제적 불안정성을 감수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안게 된다.

 ‘물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들

축제 주최 측은 이런 기후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다품종 분산형 구성’이다. 한 가지 작물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비슷한 시기에 수확 가능한 작물들을 함께 구성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충북 제천시의 ‘한방바이오박람회’는 오미자 단일 품목 중심에서 한약재·약초·건강식품을 포함한 복합형 콘텐츠로 전환해 수급 불안을 최소화했다.

또한 일부 지자체는 농협, 지역농민단체와 사전 계약재배 체결을 통해 축제용 농산물 물량을 사전에 확보하고 있다. 이 방식은 축제 직전 갑작스러운 작황 변화에도 기본 물량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한다. 경남 하동군은 ‘하동녹차축제’에서 지리산 권역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고 축제용 녹차잎을 사전에 확보하는 시스템을 통해 연간 20톤 이상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고 있다.

 농산물이 없어도 축제가 가능한가? – 콘텐츠 중심으로 전환하는 흐름

기후 불안정성은 결국 ‘축제의 본질’을 되묻게 한다. 농산물이 중심이지만, 농산물이 부족하거나 부재한 상황에서도 축제를 지속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많은 지자체가 축제의 구조를 ‘상품 판매 중심’에서 ‘체험, 교육, 문화 콘텐츠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노력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전북 고창의 ‘복분자축제’는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수확량 감소에 대응해, 복분자를 활용한 쿠킹클래스, 건강세미나, 발효식품 만들기 체험 등 콘텐츠 중심의 행사로 구조를 바꿨다. 참여자들은 상품을 직접 구매하지 않더라도, 복분자에 대한 정보를 체험하고 이해하며 축제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인식하게 된다. 이처럼 축제의 중심이 단순한 농산물 판매에서 지속 가능한 지역 문화 콘텐츠로 이동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농산물 축제의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지역 농산물 축제는 농업 환경의 불안정성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유연한 기획 구조를 가져야 한다. 일정 중심의 계획보다 수확 예측 시스템과 연동한 유동적 운영, 단일 품목 대신 복수 품목 기반의 다층적 테마 구성, 판매 중심 대신 체험·교육 중심의 기획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역 주민과 농업인의 현실을 반영한 축제 정책 지원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제 농산물 축제는 단지 먹고 사고 즐기는 행사가 아니라, 기후변화 시대에 지속 가능한 농업과 지역의 공존을 실험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자연은 더 이상 우리에게 맞춰주지 않는다. 이제 우리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축제는 그 길을 가장 먼저 보여줄 수 있는 현장이다.

지역농산물 축제, 이상기후로 수급 불안…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지역농산물 축제는 단지 ‘장터’가 아니라, 지역 농업의 자존심이자 공동체 정체성을 상징하는 축제 콘텐츠다. 그러나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면서 지역의 대표 작물이 제때 수확되지 않거나, 아예 생육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충북의 한 고추축제는 집중호우로 작황이 급감해 행사 직전에 출품 물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했고, 방문객 불만과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단일 작물 의존도가 높은 축제일수록 리스크가 커진다. 따라서 많은 지자체는 최근 복합 작물 구성, 농가 협력 다각화, 농산물 가공품 연계 등을 통해 수급 불안에 대한 대응을 시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남의 한 매실축제는 2024년 이상저온으로 매실이 크게 줄자, 매실 생과 대신 매실청·잼·비누 등 가공품 중심 전시·체험으로 구성 방향을 전환했고, 결과적으로 전체 매출은 이전 대비 90% 이상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일부 지역은 농산물 실물 전시나 판매 중심에서 벗어나, 기후와 식생활에 대한 문화 콘텐츠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 근교의 한 도시농업축제는 “기후위기 시대의 먹거리”를 주제로 삼아, 재배 실패 작물 사례 전시, 지역 농부 토크쇼, 기후적응 품종 체험존 등을 운영했다. 이처럼 축제의 성격을 ‘판매 장터’에서 ‘지속가능한 먹거리 문화제’로 확장하면, 수급 문제에도 흔들리지 않는 콘텐츠 구성이 가능해진다.

결국 지역농산물 축제의 미래는 단순히 농산물의 양과 질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기후 변화 속에서도 어떻게 그 지역의 농업적 의미를 재해석하고 전달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수확은 줄 수 있지만, 이야기는 더 풍성해질 수 있다. 농사의 불안정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도 견디고 연결되는 공동체의 의미를 표현할 수 있다면, 이상기후 속에서도 지역 농산물 축제는 여전히 설 자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