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한때 한국의 축제 시즌 중 가장 특별한 계절이었다. 눈꽃, 얼음낚시, 눈썰매, 불꽃놀이 같은 계절 한정 콘텐츠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수많은 가족과 관광객을 거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겨울은 더 이상 차갑지 않다. 기후변화로 인해 눈이 오지 않는 겨울, 얼음이 얼지 않는 강이 현실이 되면서 눈축제, 얼음축제, 빙어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겨울축제가 직면한 위기의 실태와 실제 사례, 그리고 이러한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변화해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눈도 얼음도 없는 겨울 – 축제의 기반이 사라지고 있다
눈축제와 얼음축제는 눈과 얼음이라는 자연 자원을 전제로 기획되는 계절형 콘텐츠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겨울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축제 기간 중 눈이 내리지 않거나, 내린 눈이 쌓이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강원도 평창의 ‘대관령 눈꽃축제’는 2023년, 1월 중순에도 눈이 충분히 오지 않아 조형물 설치가 무산되고 결국 행사 취소를 결정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화천 산천어축제다. 매년 얼어붙은 강 위에서 산천어를 잡는 체험으로 유명했던 이 축제는, 최근 4년간 얼음 두께가 기준치(20cm 이상)에 도달하지 못해 부분 취소 또는 전면 중단됐다. 이 축제는 연간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지역경제의 핵심이었지만, 겨울 기온 상승과 일조량 변화로 인해 더 이상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처럼 자연에 의존해온 겨울축제는 지금, 그 기반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기후위기 앞에 멈춘 축제들 – 반복되는 취소와 주민의 피로감
겨울축제의 취소는 단순히 한 해 행사가 열리지 않았다는 수준이 아니다. 축제 운영을 위해 사전 준비된 인력, 예산, 홍보, 업체 계약 등 모든 프로세스가 중단되면서 지역사회에 큰 손실을 안긴다. 특히 강원, 충북, 경기 북부 등 눈과 얼음을 테마로 한 축제에 의존하던 지자체들은 최근 몇 년간 기획과 취소를 반복하면서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2023년 인제군의 ‘빙어축제’는 결빙 시기를 예측해 개막을 두 차례 연기했지만, 결국 얼음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중도 폐쇄되었다. 이로 인해 지역 상점과 숙박업소, 이동식 판매업체들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손실을 입었고, 일부 자영업자는 “다시는 축제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지자체의 대외 신뢰도 하락은 물론, 지역민의 협조 의지 저하로 이어지며 축제 기반 자체를 위협한다.
축제의 패러다임 전환 – 실내 콘텐츠와 테마 확장 시도
일부 지자체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연환경 의존형 콘텐츠에서 탈피한 새로운 축제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화천군은 ‘산천어축제’의 얼음낚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실내 수조 낚시 체험, AR 기반 물고기 탐사 체험, 영상 콘텐츠 관람을 통해 축제를 유지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특산물 판매, 산천어 요리 강좌 등 비자연 환경 중심 콘텐츠를 확장하면서 축제의 방향성을 전환하고 있다.
또한 겨울 스포츠와 전통문화를 결합한 테마형 실내 축제도 증가하는 추세다. 강릉시는 2023년부터 ‘겨울문화공감축제’를 운영하며, 실내 빙상장에서 스케이트 체험, 대형 눈송이 조형 미디어 전시, 난방형 체험관에서의 전통놀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날씨와 무관하게 유지 가능한 콘텐츠로, 기후변화에 대비한 지속가능한 겨울축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겨울다움’을 지키기 위한 축제의 역할과 방향성
기후위기는 겨울축제의 ‘형태’를 바꾸고 있지만, 그 ‘정체성’까지 지워야 할 필요는 없다. 지역은 여전히 겨울이라는 계절을 문화로 기록하고, 축제로 이야기할 수 있다. 핵심은 눈과 얼음 자체가 아니라, 겨울이라는 시간에 지역이 전하고 싶은 정서와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 것인가다.
앞으로의 겨울축제는 단지 계절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후위기 시대의 겨울을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갈 것인가를 공유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기후 변화 속에서도 ‘겨울다움’을 지켜내는 축제는 지속가능성과 정체성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지금은 사라져가는 눈과 얼음 대신, 새로운 겨울의 이야기를 준비해야 할 시기다. 축제는 바로 그 이야기를 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될 수 있다.
겨울 축제의 위기 – 눈 없는 축제, 얼음 없는 빙어 축제의 현실
겨울축제는 그 특성상 눈이나 얼음이라는 자연 자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이상고온과 잦은 비로 인해 ‘눈 없는 눈꽃축제’, ‘얼음 없는 빙어축제’라는 현실이 더 이상 특이한 뉴스가 아니게 되었다. 특히 강원도, 경기도, 충북 일부 지역은 1월 평균기온이 영상권을 넘는 해가 늘어나면서, 기존 방식의 겨울축제가 성립되지 못하는 해가 잦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몇몇 지자체는 축제 자체를 취소하는 대신, 눈·얼음에 대한 물리적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재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제의 한 겨울 축제는 2023년 얼음낚시장을 운영하지 못하게 되자, ‘빙어 이야기관’, ‘디지털 낚시 시뮬레이터’, ‘빙어 생태 AR 체험존’ 등으로 콘텐츠를 대체하고, 얼음이 아닌 지역 생태 자원을 중심으로 가족형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해 운영했다.
또한 인공눈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도 등장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기온이 낮은 시간대에만 한정적으로 눈을 뿌리고, 이를 조형 콘텐츠(예: 미디어아트 결합 눈 오브제)로 집중 활용함으로써 전력 소비를 줄이면서도 시각적 만족감을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겨울의 정서 자체를 소재로 삼은 ‘한기(寒氣) 체험 콘텐츠’, ‘겨울음식 전시’, ‘집에서 보내는 겨울 캠페인’ 등은 자연 자원과 상관없이 겨울 문화의 정체성을 지키는 대안이 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겨울축제는 눈과 얼음이 전부가 아니다. 사람들이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 그 속에서 나누고 싶은 감정과 활동을 되묻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겨울축제는 기후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하얀 풍경이 없어도 따뜻한 연결이 가능한 겨울축제’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필요한 상상력이며, 정책과 문화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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