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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한 지역축제의 변화

강릉 단오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천년의 전통을 이어온 강릉 단오제는 단순한 지역축제가 아니다. 강릉 단오제는 200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이래, 한국 전통문화의 정수로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 기후위기의 영향이 이 고유의 전통행사에도 스며들기 시작했다. 6월에 열리는 강릉 단오제는 폭염, 집중호우, 태풍 전조 등 점점 더 불안정한 날씨 조건 속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지자체와 축제위원회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대응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 중이다. 이 글에서는 기후위기 속에서도 전통 축제를 지켜내기 위한 강릉 단오제의 대응 방식과 실천 사례를 정리해본다.

 

강릉 단오제, 기후변화 대응위해 준비

 

날씨 앞에 흔들리는 전통 – 단오제의 기후 리스크 현실화

단오제는 매년 음력 5월 5일을 기준으로 약 7일간 강릉시 전역에서 개최되며, 신주빚기, 단오굿, 관노가면극, 농악, 씨름 등 전통놀이와 제례가 중심이 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6월 초는 더 이상 '계절의 여유'가 있는 시기가 아니다. 2023년 강릉 단오제 개막 전날에는 34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발생했고, 일부 야외 공연은 참여자가 열사병 증세를 보여 긴급히 중단되기도 했다. 또한 예고되지 않은 집중호우로 인해 일부 제례 행사가 예정대로 치러지지 못한 사례도 있다.

기후위기가 현실이 되면서 단오제의 전통적 형식과 시간 구조는 변화의 압박을 받고 있다. 기존에는 '날씨에 맞춰 사람들이 대응'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축제 자체가 날씨에 대응'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일정 변경의 문제가 아니라, 전통행사의 본질과 기후변화라는 시대적 과제 사이의 조율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강릉 단오제의 기후 대응 전략 – 실천과 시스템이 바뀌고 있다

강릉 단오제 위원회는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축제 운영을 위해 3단계 대응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첫 번째는 행사별 기상 조건 민감도 분석이다. 제례, 퍼레이드, 공연, 체험행사 등 각 콘텐츠의 ‘기후 리스크’를 수치화해 위험 등급을 매기고, 고위험군에는 우천 대체 프로그램과 시간 조정 플랜을 사전에 마련해 두고 있다.

두 번째는 축제장 내 탄소중립 실천이다. 2023년부터 단오제 공식 부스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 친환경 용기 사용, 에코스탬프 캠페인 등을 도입했다. 특히 강릉시는 시민이 다회용기나 개인 컵을 가져오면 ‘전통놀이 체험권’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실질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세 번째는 ‘야외 온도 33도 이상 시 행사 일시 중단’이라는 기준선을 마련한 운영지침이다. 단순 권고가 아니라 실제로 멈추는 시스템은 안전 중심의 기획 방향을 보여준다.

 전통을 지키되 형식을 유연하게 – 본질 중심의 혁신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도 전통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강릉 단오제는 ‘형식보다 본질’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전통 신주빚기 행사는 과거엔 강릉 시내 한복판에서 대규모 퍼포먼스로 진행되었으나, 최근에는 소규모 인원만 참여하는 비공개 진행 후, 녹화본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이는 전통의 의례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민 안전과 기후 조건을 고려한 조율 사례이다.

또한 관노가면극이나 농악과 같은 공연은 지속적인 야외 공연을 줄이고 실내 공연장과 연계한 분산 구조를 도입하고 있다. 이로써 체류 인원의 밀도를 낮추고, 냉방 및 쾌적한 관람 환경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후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축제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전통을 ‘운영’하는 모델이 점차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전통 축제와 기후위기, 조화를 위한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단기 대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강릉 단오제는 수백 년을 이어온 문화 자산이기 때문에, 기후위기 시대에도 10년, 30년 후를 바라본 보존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강릉시는 단오제 관련 기후영향 DB 구축을 준비 중이며, 기후예측 모델을 기반으로 한 연도별 일정 조정 시뮬레이션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전통 행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총량을 측정하고, 이를 저감하기 위한 ‘녹색 운영 지침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강릉 단오제는 기후위기와 전통의 충돌이 아니라, 두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모델이 되어야 한다. 축제는 단지 과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가치를 제시하는 플랫폼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 전통을 지키는 또 하나의 방식이라는 것을, 강릉 단오제는 이미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한국 전통축제 전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기후위기 속 강릉 단오제, 전통을 지키면서 미래를 준비하다

강릉 단오제는 단순한 지역행사가 아니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세계적 전통축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축제가 기후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지는 단지 한 도시의 문제가 아니라, 전통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시험하는 상징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강릉 단오제는 전통과 현대, 민속과 기술, 기후와 문화가 교차하는 접점에서 독자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예를 들어 2024년 단오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강릉시는 기후변화로 인해 점점 더 잦아지는 장마와 우천에 대비해, 핵심 프로그램을 실외와 실내로 분산시키는 이중 구조를 도입했다. 실제로 대규모 공연과 체험 부스는 남대천 둔치뿐 아니라 인근 실내 체육관, 공공문화시설로 일부 이동되었고, 이는 우천 시에도 단오제의 상징적 의식들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한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강릉 단오제는 전통적인 신앙과 자연관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기후위기를 단지 외부적 문제로만 보지 않고 축제 내부의 메시지로 끌어들이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단오굿, 산신제, 단오맞이 의식 등에서 자연 순환과 기후 균형을 강조하는 현대적 해설 콘텐츠를 추가하고 있으며,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기후위기 대응 캠페인(예: 탄소중립 서약 부채 나눔, 전통놀이 속 재사용 소재 체험)과 같은 공공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치도 병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운영상의 대응을 넘어서, 전통문화가 어떻게 오늘날의 환경 리스크와 조화를 이루며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이기도 하다. 강릉 단오제는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왔지만, 그 생존의 비결은 끊임없는 진화와 시민 중심의 자발적 참여 구조에 있었다. 이제 그 진화는 기후위기라는 새로운 환경적 조건에 맞춰 다양한 행정 부서와 협력하고, 축제 기획자와 시민이 함께 방식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결국, 전통축제가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것은 단지 실외 행사를 실내로 옮기는 차원이 아니라, 전통이 오늘날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과정이다. 강릉 단오제는 이 과정을 통해 과거의 정신을 지키면서도 미래의 도시문화로 연결될 수 있는 새로운 전통의 틀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