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축제를 위한 지역 교육 연계, 어떻게 가능할까?
지역이 살아남기 위한 공부는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생물다양성 붕괴와 자원순환의 실패는 더 이상 과학적 담론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이제 ‘이 마을이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생활의 문제이며, 문화의 조건이자 교육의 과제가 되었다. 우리는 지역에서 무엇을 먹을 수 있을까, 물은 얼마나 안전할까, 여름에 야외에서 행사를 할 수 있을까, 겨울에는 눈이 올까, 농산물은 어느 시기에 수확 가능할까, 재난 발생 시 누가 대피를 이끄는가. 이런 질문들은 교육의 교과서를 넘어, 삶의 방식과 공동체의 역량을 묻는 질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질문 앞에서, ‘지역축제’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공공학습의 현장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놀이와 감정 해방의 장으로만 이해하지만, 축제는 지역의 정서와 감각을 전파하는 가장 강력한 플랫폼이다. 만약 그 축제 속에 기후위기에 대한 이해, 자원과 생태의 구조, 우리 동네의 환경적 취약성이 녹아 있다면, 그 축제는 더 이상 소비적 행사가 아니라 지역 시민 교육의 살아 있는 교실이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축제는 교육과 별개로 분리되어 운영되어 왔다. 학교는 교과서를 가르치고, 축제는 관광객을 부르고, 행정은 예산을 집행하고, 이 셋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특히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전환 앞에서, 지역 전체가 어떻게 배우고 감각을 바꾸고 실천을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축제는 교육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축제를 통해 마을은 스스로를 배우고, 학교는 지역을 감각하며, 시민은 살아가는 법을 다시 익힐 수 있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축제’와 ‘교육’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기후위기 대응형 시민감각을 어떻게 축제를 통해 키울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위한 정책적·실천적 설계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지역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삶의 감각을 다루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감각의 훈련이어야 한다. 예컨대 폭염이 왜 반복되는지, 탄소배출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지, 미세플라스틱이 어떻게 몸 안에 쌓이는지에 대한 과학적 정보는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살아보는’ 경험 없이는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 ‘감각을 획득하는 경험’은 교실보다 축제에서 훨씬 강하게 이뤄질 수 있다. 지역 축제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이며, 그 안에는 음식을 먹고, 걷고, 보고, 소리 듣고, 날씨를 느끼는 다양한 감각 활동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마을에서 열리는 가을축제가 ‘기후위기 속 생태농업의 미래’를 주제로 구성된다면, 그 안에서 사람들은 기후변화로 제철이 바뀐 작물 전시를 보고, 지역 농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친환경 비료와 재래종 종자에 대해 직접 체험해보며, 그 지역의 물과 흙이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시각화된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그 경험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나와 지역과 기후 사이의 관계’를 몸으로 익히는 학습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학습은 세대와 직업을 넘는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농부에서 학생까지 모두가 동일한 공간에서 함께 체험하고 대화하며 지역의 변화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축제 기반의 학습은 지금처럼 교실과 마을, 교육과 문화가 따로 노는 구조를 넘어서는 지역 전환형 학습모델로 확장될 수 있다. 결국 교육이란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를 묻는 작업이고, 축제는 그 질문을 열어주는 가장 자연스러운 공간이 될 수 있다.
축제와 학교, 마을과 교실이 연결되는 새로운 구조
지역 기반의 축제가 교육적 역할을 하려면, 가장 먼저 ‘학교’와 연결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학교 교육은 축제를 관람하거나, 동아리 공연을 무대에 세우거나, 지역행사를 견학하는 정도에 머물렀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 우리는 그 구조를 넘어야 한다. 지역의 초중고는 마을축제를 ‘교과 연계 프로젝트’의 일부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하고, 축제의 일부 콘텐츠는 지역 교사와 청소년이 함께 설계하며, 일부 체험은 학습 결과물로 활용되거나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에서 열리는 ‘플라스틱 없는 축제’에 중학생들이 기획단으로 참여하고, 교과 시간에는 지역의 쓰레기 배출 현황을 조사하고, 축제 당일에는 다회용기 안내 자원활동을 하며, 이후 그 결과를 환경과 윤리 수업에서 발표하고 피드백받는 구조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학생은 단지 지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지역 문제에 참여하고, 스스로의 행동이 지역 변화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교육청의 협력이 중요하다. 지자체는 축제를 단지 문화관광 예산이 아니라 ‘시민 역량 강화 예산’으로 인식하고, 교육청은 교육을 단지 교실 안의 활동이 아니라 ‘지역 감각 훈련’으로 확장해야 한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각 지역 교육지원청이 추진하고 있는 환경교육 정책과, 축제를 설계하는 문화과 또는 주민자치센터가 기획 단계부터 협력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교육은 실천으로 이어지고, 축제는 학습의 무대가 되며, 지역은 스스로를 배우는 순환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시민 전체를 위한 ‘축제 기반 평생학습’ 설계가 필요하다
교육은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의 학습은 시민 전체가 대상이어야 한다. 그 누구도 기후위기의 영향을 피할 수 없고, 대응 또한 개인의 습관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성인 대상의 기후교육은 여전히 제한적이며, 강의 위주의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우리는 축제를 활용해 시민을 위한 평생학습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축제 기간 동안 지역 평생학습관과 연계해 ‘기후위기 시민대학 부스’를 운영하거나, 기후심리 회복을 위한 예술치유 워크숍, 지역 탄소배출량 데이터 전시와 공론장, 녹색 전환을 위한 생활실천 라운드테이블 등을 함께 운영할 수 있다. 또한 지역의 도서관, 환경단체, 공동체 미디어와 협력해 축제 사전·사후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면, 축제는 단지 며칠간의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 시민 역량을 확장하는 장기적 교육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전문성과 시민의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다. 너무 이론 중심이거나 정책어로만 구성된 워크숍은 시민에게 다가가기 어렵고, 반대로 체험만 강조된 행사는 지속적인 인식 전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획자와 교육 전문가, 지역 활동가가 함께 협업해 축제 교육 콘텐츠를 구성하고, 이를 지역 평생학습 정책에 반영하는 중장기적인 축제-교육 통합 모델이 필요하다. 이것은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지역이 살아남기 위한 집단적 학습을 위한 인프라이기도 하다.
축제는 지역이 배우는 방식, 시민이 살아가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우리는 다시 배워야 한다. 하지만 그 배움은 교실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오히려 축제처럼 일상의 감각이 살아 있는 공간에서, 사람들과 함께 보고 듣고 느끼며 변화의 징후를 체험하고, 스스로의 삶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축제는 바로 그런 배움의 무대가 될 수 있다. 그것은 단지 사람들이 모여 노는 자리가 아니라, 지역이 자신의 미래를 실험하고, 시민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재학습하는 공공의 교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축제를 설계할 때, 단지 콘텐츠와 관람객 수만이 아니라 “이 축제는 무엇을 배우게 하는가?”, “누가 이 축제를 통해 감각을 얻는가?”, “이 경험은 이후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에 책임 있게 답할 수 있는 설계를 만들 때, 축제는 지역의 문화가 될 뿐 아니라 지역의 학습이 된다.
기획자는 콘텐츠를 짜는 사람이 아니라, 배움의 장면을 연출하는 교육자여야 하며, 행정은 예산을 집행하는 조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학습 인프라를 조성하는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축제는 하나의 이벤트를 넘어, 이 시대 지역사회가 살아남기 위한 감각적 학교로 작동할 수 있다. 그 변화는 지금, 이 축제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