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지역축제의 변화

지역 관광과 연계된 축제,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세노비스 2025. 7. 14. 09:00

 축제와 관광, 기후위기 시대엔 같은 길을 갈 수 있을까?

한국의 수많은 지역축제는 관광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지역 고유의 문화자산이나 자연경관, 농·특산물 등을 기반으로 한 테마형 축제가 열리면, 그에 따라 외지 관광객이 유입되고, 숙박·음식·교통·상권이 활성화된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도 축제는 단지 문화예산 항목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이벤트이자, ‘관광객 수’라는 수치를 기반으로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로부터 예산과 성과를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하지만 이처럼 관광 유치 중심으로 설계된 축제 구조는 기후위기 시대에 여러 가지 딜레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교통수단은 대부분 자가용이나 전세버스이고, 이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폭증한다. 축제를 위해 임시로 조성되는 주차장, 상설 부스, 이동형 판매시설 등은 비효율적인 자원 소비를 동반하며, 방문객의 소비패턴은 종종 지역의 자원과 생태계를 훼손하거나 쓰레기와 오염을 야기하기도 한다. 자연이 더 이상 예측 가능한 배경이 아니게 된 지금, 관광 중심의 축제는 지역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동반한 구조로 전락할 위험이 커졌다.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기후위기 시대에도 지역축제는 관광을 기반으로 할 수 있는가?
또한, 지역관광과 축제는 어떻게 구조적으로 재구성되어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관광 중심 축제의 한계를 짚어보고,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전제 위에서
새로운 관광-축제 연계 모델을 모색해본다.

 

지역 관광과 연계된 축제

 관광객 유치 중심 축제, 그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지역축제 중 상당수는 특정 테마를 활용해 외부 관광객을 대규모로 유치하는 구조다. 예컨대 벚꽃, 단풍, 불꽃놀이, 바다, 갯벌, 지역 특산물 등 계절성과 지역성이 강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대규모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SNS나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화려한 비주얼로 관람 욕구를 자극한다. 그 결과, 연간 수십만에서 수백만 명에 이르는 인파가 지역으로 유입되며, ‘명소화’된 축제는 교통 대란과 인파 밀집, 자연 훼손, 소음, 쓰레기 등의 복합 문제를 야기한다.

예를 들어 2023년의 한 유명 벚꽃축제는 5일간 약 150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했지만, 행사장 인근 하천 생태계는 쓰레기 투기와 인파로 인한 훼손이 발생했고, 임시 주차장 조성으로 농지 일부가 훼손되었으며, 당초 예상보다 많은 차량 유입으로 지역 도로가 마비되며 주민 민원이 폭증했다. 여기에 집중호우로 인한 일시 폐쇄까지 겹쳐 축제는 조기 종료되었고, 관광객 유치에 집중된 설계가 오히려 지역사회와 자연, 안전을 위협하게 된 대표 사례로 남았다.

이런 사례는 하나의 예외가 아니다.
관광 중심의 축제는 대규모 소비를 유도하지만, 기후위기 상황에서는 외부요소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드러낸다. 날씨가 변수일 뿐 아니라, 이동수단, 숙박, 식자재 공급 등 모든 시스템이 탄소 기반이고 외부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하나의 요소만 흔들려도 전체가 무너지는 ‘복합 취약성’을 갖고 있다.

지속가능한 축제-관광 연계를 위한 방향은 무엇인가?

기후위기 시대에 관광과 축제의 관계는 ‘유입’ 중심이 아닌 ‘전환’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축제는 더 이상 단지 외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수단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자연과 사회의 회복력을 높이고, 방문자가 기후위기와 지역의 삶을 함께 이해하고 배우는 체험형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저탄소 이동 구조’ 설계가 필수적이다. 기차역과 연계한 셔틀버스, 전기버스 도입, 축제 기간 자전거 공유 시스템 확대, 관광객 차량 유입 제한 및 친환경 이동수단 유도 인센티브 제공 등이 그것이다. 축제의 성공 기준을 방문객 수가 아닌, 탄소 감축률과 교통전환율로 설정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둘째, 숙박·식음·체험 콘텐츠 전반에 지역의 생태적 가치를 녹여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 농산물 중심의 식사 제공, 다회용기 보급, 마을 호스트 기반의 소규모 숙박 공유 등은 관광 자체가 지역의 순환경제에 기여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또한 ‘기후테마 관광’을 통해, 지역의 기후변화 대응 사례를 축제 프로그램과 연계하면, 관광 자체가 교육적 실천으로 확장된다.

셋째, ‘관광객이 아닌 참여자로서의 방문자’를 설계해야 한다. 관광객은 소비자지만, 참여자는 협력자다. 외지인이 축제장에서 단순히 음식과 사진을 소비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쓰레기를 함께 줍고, 기후위기 구술 인터뷰에 참여하거나, 로컬 체험을 통해 공동체와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관계는 지역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축적하고, 장기적으로 재방문율과 지역 상생 구조로 이어진다.

 정책과 행정의 평가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관광과 연계된 축제가 바뀌기 위해서는, 그 축제를 지원하고 평가하는 기준 역시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지자체는 방문객 수, 매출, SNS 언급량 등 단기적인 홍보 지표를 중심으로 성과를 측정해왔다. 그러나 이런 지표는 실제로 축제가 지역에 어떤 가치를 남겼는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를 보여주지 못한다.

앞으로는 ‘축제의 기후 회복력’, ‘저탄소 운영률’, ‘지역자원 순환 비율’, ‘방문객의 지역체류시간’, ‘지역 주민 참여도’ 같은 정성적·구조적 평가 항목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나 한국관광공사 차원에서도 축제 평가 지표에 기후 적응 항목과 지속가능성 기준을 포함하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평가체계의 기술적 전환이 아니라, 축제가 추구해야 할 문화적 가치와 행정 철학의 변화를 뜻한다.
이제는 ‘많이 오게 만드는 축제’보다
‘함께 바꿔나가는 축제’가
진짜 의미 있는 정책 성과가 되어야 한다.

 더 많이 오게 하는 축제가 아니라, 더 깊이 남는 축제로

기후위기 시대, 지역은 더 이상 외부 관광객을 무작정 유치할 수 없다.
관광은 중요하지만, 그 형태는 달라져야 한다.
단지 소비를 유도하고, 수치를 채우기 위한 관광은
오히려 지역을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자연과 주민 모두를 소진시킨다.

이제 지역축제는 관광을 유도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기후 전환을 실천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방문객은 소비자가 아니라 실천자여야 하며,
관광은 탄소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감동, 감수성을 남기는 경험이 되어야 한다.

그 축제를 통해
사람들이 ‘지역’을, ‘기후’를, ‘함께 사는 감각’을
배우고 돌아간다면,
그것이 바로 기후위기 시대의 진짜 성공한 관광이고,
우리가 이어가야 할 축제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