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후변화로 인한 지역축제의 변화

축제 쓰레기, 어디까지 줄일 수 있을까? 폐기물 감축을 위한 실전 전략

 축제의 감동 뒤에 쌓여가는 흔적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축제가 끝난 뒤 현장을 다시 찾은 사람들은 종종 낯선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어제까지 웃음과 환호로 가득했던 공간에는 맥주캔, 일회용 컵, 비닐, 간이 포장재, 쓰레기 봉투가 산처럼 쌓여 있고, 일부는 바람에 흩날려 인근 하천이나 도심 이면도로까지 흘러가기도 한다. 푸드트럭과 임시 부스에서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는 그대로 방치되거나 악취와 함께 처리 대기 중이고, 홍보물이나 깃발, 현수막은 철거 후 버려질 운명을 기다리고 있다.

축제가 지역에 남기는 것은 과연 기쁨뿐일까?
관람객 수가 수십만 명에 이르는 대형 축제일수록 그에 비례해 배출되는 폐기물의 양은 상상 이상이다. 실제로 2023년 봄, 수도권에서 열린 한 대형 벚꽃축제에서는 하루 평균 4.2톤의 쓰레기가 배출되었고, 이 중 70%가 일회용 컵, 플라스틱, 비닐 등 재활용이 어려운 잔존성 폐기물이었다.
그 축제는 “자연과 봄을 기념하는 생태 친화형 행사”라는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환경에 가장 큰 부담을 남긴 일회성 이벤트가 되고 말았다.

기후위기 시대, 축제는 단지 즐거움의 공간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자원 사용과 순환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묻고 실험할 수 있는 공공 플랫폼이다.
이 글에서는 축제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실태를 짚어보고,
실제로 이를 감축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운영 방식과 정책적 기반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축제 폐기물

축제는 ‘집중 폐기물 발생지대’다 — 문제의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자

지역축제의 폐기물은 단순히 쓰레기량이 많다는 문제를 넘어, 구조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형태의 폐기물이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일반적으로 축제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관람객 소비로 인한 생활폐기물. 이는 먹거리 부스나 푸드트럭, 편의점, 길거리에서 배출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나무젓가락, 비닐봉투, 음료병 등이 대부분이며, 축제 기간 중 전체 쓰레기의 약 60~70%를 차지한다. 단순한 양뿐 아니라, 혼합·오염되어 재활용이 어려운 형태로 배출되기 때문에 처리 비용도 높고 환경에도 큰 부담이 된다.

둘째, 운영 구조물에서 발생하는 포장재·홍보물 쓰레기. 각종 부스 설치를 위한 비닐포장, 완충재, 비닐 스트랩, 임시 전선, 포장재, 단열재는 대부분 축제 후 그대로 버려지며, 축제 마다 수백 킬로그램씩 폐기된다. 현수막, 배너, 대형 플래카드 등은 PVC 재질로 제작되며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셋째, 축제 해체 후 폐자재. 조립식 구조물, 임시 간판, 목재 판넬, 합성수지 등은 반복 사용이 어려워 대부분 소각 또는 매립된다. 특히 도심 축제나 해양 축제에서는 짧은 설치-해체 주기에도 불구하고 지속 불가능한 자재 사용이 반복되고 있다.

즉, 축제는 단지 ‘즐거움을 나누는 공간’이 아니라, 단기간에 도시에서 가장 많은 쓰레기가 집중적으로 배출되는 구조물이 된 것이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축제는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가능성과는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쓰레기를 줄이는 축제는 어떻게 설계되는가?

폐기물 없는 축제는 구호가 아니라, 정교한 설계와 집요한 실행이 필요한 구조적 과제다.
이전과 같은 운영 방식을 유지하면서 단지 쓰레기통을 늘리고 홍보 포스터만 붙이는 것으로는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다음은 실질적이고 실현 가능한 폐기물 감축 전략들이다.

1. 다회용기 순환 시스템 도입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는 다회용 식기 렌탈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관람객은 1,000원의 보증금을 내고 다회용 컵이나 식기를 사용한 뒤, 반납 시 보증금을 환급받는다. 이 과정에서 세척 인프라와 회수 인력이 중요하며, 이동형 세척소나 현장 내 세척 구역 확보가 핵심이다.

성공 포인트: 사용-반납-세척-재사용의 순환 고리를 현장 안에서 완결할 수 있도록 설계할 것. 단순히 컵만 나눠주는 건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 재사용 가능한 구조물과 자재 사용

임시 부스를 철거 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조립형 구조물을 구매·대여해 매년 재활용하거나, 지역 커뮤니티 센터, 마을 회관 등과 협약을 맺고 사용 후 공유자원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또한 홍보물은 PVC 현수막 대신 재활용 가능한 천 소재나 디지털 게시판으로 대체 가능하다.

성공 포인트: "축제 후에도 쓸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자재 선택 기준을 바꿀 것.

3. 플라스틱 없는 푸드존 운영

플라스틱 빨대·숟가락·접시 사용을 금지하고, 종이·옥수수 전분 등 생분해성 자재 사용을 의무화하거나, 음식물 포장 자체를 금지하고 현장 내 소비만 허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푸드트럭 입점 조건에 친환경 식기 사용 규정과 세척 조건을 포함시켜야 한다.

성공 포인트: 규제가 아닌 협약 기반의 참여형 설계로 전환. 업주와 관람객 모두 실천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홍보와 보상 체계 마련.

4. 쓰레기 배출 동선 설계 및 실시간 시각화

쓰레기통의 위치, 유형(일반/재활용/음식물), 밀도는 관람객 흐름에 맞춰 배치되어야 하며, 실시간 수거량을 측정해 축제 현장 대형 화면에 시각화하면 시민의 경각심을 자극하고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성공 포인트: 수거량 공개는 시민에게 책임감을, 기획자에게 피드백 구조를 만들어준다.

 행정과 정책이 바뀌어야 실질적 감축이 가능하다

쓰레기 감축은 기획자 혼자의 노력으로는 어렵다. 정책 구조와 행정지원 시스템이 함께 바뀌어야 실현 가능하다. 우선, 지자체는 축제 예산 항목에 ‘폐기물 관리 예산’을 명시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이 항목에는 다회용기 렌탈비, 세척 인건비, 구조물 회수비, 자재 대여비, 쓰레기 수거 동선 설계비 등이 포함되어야 하며, 이는 단순한 환경예산이 아니라 축제 운영의 필수 예산으로 편성되어야 한다.

둘째, 축제 인허가 심사 과정에서 ‘폐기물 감축 설계 항목’이 포함된 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축제는 전체 예산서 내에 쓰레기 처리 항목을 ‘행사 종료 후 일괄 수거’ 정도로만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행사 기획안의 필수 항목으로서 구체적인 감축 방안, 실행 주체, 수거 시스템까지 포함한 계획서 제출이 요구되어야 한다.

셋째, 축제 평가 기준에도 ‘잔존 폐기물량’, ‘재활용률’, ‘다회용기 순환률’ 등의 정량 지표가 포함되어야 한다. 축제가 끝난 후 수거한 쓰레기량, 회수율, 처리 방식까지 분석해 평가하고, 다음 해 예산과 연계하는 성과 기준이 필요하다.

축제 이후, 진짜로 남겨야 할 것은 무엇인가?

기후위기 시대의 축제는 더 이상 ‘그때 즐거웠다’는 기억만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
사람들이 잠시 모여 기뻐하고 감탄하고 먹고 사진을 찍고 떠나는 사이,
그 자리에 남겨진 쓰레기들은 축제의 진짜 얼굴을 말없이 드러낸다.
기념품이 아니라 플라스틱, 감동이 아니라 폐기물, 연대가 아니라 오염.
그런 흔적들이 남는다면, 우리는 과연 축제를 통해 무엇을 축적한 것인가?

이제 축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자원 순환과 환경 영향을 최우선에 두고 설계되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불러모았는가’보다,
‘그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남기고 갔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문화란, 단지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행동을 바꾸고 일상의 방식을 되짚게 만드는 도전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쓰레기통 옆에 무엇이 들어가는지를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쓰레기를 줄이는 축제는 단지 친환경이라는 홍보 차원의 구호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남기 위해 이 공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화적 윤리와 연결되어 있다.
남긴 것이 많다는 말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그 남김이 자원이든 감동이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다회용기를 쓰는 것이 불편하다는 말은 더 이상 핑계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것이 곧 우리의 선택이고, 그 선택이 다음 계절을 만든다.

기억은 남기고, 흔적은 지워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 가능한 축제를 만든다는 것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즐기고 떠난 자리에서,
자연이 회복하고, 마을이 고요를 되찾고,
미래 세대가 여전히 그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책임지는 일이다.

결국 우리는 묻게 된다.
이 축제는 ‘기억할 가치가 있는가’?
그리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공간을 남겼는가’?

기후시대의 축제는
그 질문 앞에 당당할 수 있어야 한다.